자염이는 참 살인을 자주합니다.
나도 몇번 죽임을 당 했고,
제 자신도 몇번이나 죽인다고 혼자말 하는 애 입니다.
심지어는 나의 첫째마누라까지 죽는다고 예언합니다.
점을 봤는데 나의 첫마누라는 곧 죽고 재혼한 여자와 백년해로한다면서
내 첫 마누라 죽기를 기다렸다가 나와 결혼하겠다는 발상이 어디서부터 생겨났을까요?
내가 기억하고 있는 그 애의 가족 구성은 오빠 둘, 언니는 기억 안나고
그 시점에서 여고1학년 동생이 있는데,
이 두 자매의 어머니는 아버지의 세번째 부인이였으며, 당연히 위의 오빠 등은
전처, 후처의 소생이이라네요. 형제자매간 우애도 없는 집인데
아버지가 폭군처럼 군림한답니다.
꽤 많은 형제 자매중 제일 어린 두 자매가 오빠 언니들 틈새에서 살기 위한
자기만의 삶을 지탱하는 방식이 어쩌면 극단적일수 있다고 그 당시
딴에는 꽤 많은 소설을 읽어 인생을 재단할 수 있다고 판단한 석두의 의견이라
그 애 한테 관대하게 대할려고 무척 노력했는데, 나의 일방적 이해를 무력하게하는,
그 애의 성격이 너무 팍팍하며, 순간적 감정변화는 감당하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었더이다.

도망가라!
뭔가 잘못되고 있다. 경고가 옵니다.
석두는 예지의 능력은 없지만 약간의 예견감으로 본능적인 방어능력은 은근하게 지니고 있어서
이 험한 세상 이 만큼 살아왔는지 모릅니다.
 앞에 잠깐 등장한 자살전문꾼이 어느 날 내게 제의를 합니다.
부산, 광복동, 음악실, 학사주점에서 도망치자고요. 군대 갈 때까지요.
나도 도망가고 싶는데 자염이가 떠 오르네요. 그래도 눈 딱 감고 갈거다 하고
둘이서 전략회의를 했는데, 나더러 서울 갈 12열차 차표값 500원만 마련하란다.
나머지 서울서 지낼 경비는 지가 마련한다고 해서
그 때 500원이면 버스 100번 탈 정도이지만 그래도 목돈이라 형님한테 날 좀 숨 쉬게 해 주라고 빌었다.
3달동안 떠나고 싶다고. 그래서 500원을 확보한 디데이에 대낮부터 자염이와 술 마시며
이별 예기를 했더니, 체념한 상태인가 "마음대로 해, 어차피 몇달 후 군대 갈 꺼고
난 집 나와서 니나노 집에서 생계 유지하며 미스타전 제대하고 올때까지  기다릴께"
참 처연합니다.
나는 이 애를 도와 줄 어떠한 것도 못가진데다가 오히려 한가닥 이성에 기대어 위안 받을 수 있을거라는
비급하지만 절절함조차 원하는대로 되지 않는데 대해 진퇴양난의 갑갑한 현실에서,
어린 나이에 탈출은 어쩜 절실했는지 모른다.
자염은 그냥 눈물만 뚝뚝 흘립니다. 나도 눈물이 납니다만 기왕 친구와의 약속도 약속이고
도망도 현실에서의 도망입니다.이제 시간이 흐르면 우리는 헤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몇시간 후 서울 생활비로 아버지가 아끼는 12폭 병풍화를 챙겨 온 자살전문꾼이
이별의 장을 만듭니다. .
이별식에 모인 친구는 내 고교동기 외에 2명의 사회친구이고
처녀들은 친구도 되고 연인도 되는 몇인데, 술이 과하다보니 술값이 모자랍니다.
자살전문꾼이 내 주머니 500원을 달랍니다. 서울 갈 차비를 주면 어째 됩니까.
대신 나는 12폭 병풍화를 담보를 삼고는,
"나 서울 안 간다" 그 시점에서 자염이를 집으로 보냅니다. 그녀는 미소지어며 갑니다.
야간 통행금지 직전에 이별주를 끝내고 서로의 갈 길로 헤어집니다.
석두는 12폭 병풍을 담보하여 돌아가지만
형님은 나의 사기극에 당했다고 펄펄 뜁니다. 12폭 가치를 아예 인정하지 않습니다.
얼마나 억울했으면 그중 한폭인가 두폭인가 내 손으로 갈갈이 찢어버렸습니다.
서울 12열차 차비만큼 날라 갔을 겁니다.
아주 후일에 그 그림 한 폭을 15만원에 팔았다면서 형님은 자신의 무지를 한탄했지요.
자염이와 나는 여전히 음악실 주변을 떠나지 못합니다.
가끔은 수업 빼 먹고, 나는 디자인싱 실습인가 수련인가 빼 먹고
송도로, 2송도로 돌아다니면서 소주 한병에 맘미 비스켓 한 봉지로 젊음을 누립니다.
그러다가 우리 보다 한창 연륜있는 커플에게서 촬영 좀 해 달라는 부탁에
드는 솜씨에 몇캇 촬칵해 주었더니
우리도 찍어줍디다. 두 캇터.
어느 날 신문을 보던 자염이가 내게 신문의 한 곳을 손가락으로 짚으며
"이게 무슨 수술이야?"

[남성 고민 해결! 포경수술]
을 이 천진난만한 소녀에게 설명할 수가 없었네요.